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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독서] 안나 카레니나- 레프 톨스토이

by 율yul 2021. 9. 27.

 

 

 

안나 카레니나 - 레프 톨스토이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니나>의 거의 대부분의 후기에 이 문장이 있길래 가져와 봤다. 

사실 아무리 봐도 아직도 잘 이해가 가지는 않는 문장이다. 내가 좋아하는 찰리 채플린의 말인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랑 조금 비슷한것 같기도 하고... 흠.

 

영화로도 나오고 아주아주 유명한 책인건 알지만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 

톨스토이=지루함 이라는 편견이 박혀있는 나에겐 이 책에 큰 장벽이 있는 셈이었다. 

어릴때 why 책이었나, 교육만화중에 톨스토이편이 있었는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를 소개하는 책이었다. 

그게 너무나 재미없었던 기억이 난다. 

 

 

작품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은 우리의 모습이자 톨스토이의 모습인데, 

나는 어디에 가까울까 생각해 보니 안나의 남편인 알렉세이가 80퍼센트를 차지하는 듯 하다. 

 

안나는 브론스키와 만난 이후로 남편에게 매력이나 즐거움을 느낀적이 없다. 

'냉혈하다, 인형같다, 감정이 없다, 차갑다' 모두 남편인 알렉세이에게 해당되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단 한번도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나와 너무 비슷해서 그런걸까? 그저 명분이 필요하고, 이성적이고, 감정을 알아차리는데 조금 어렵고 둔할 뿐이라는게 너무나 보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안나를 사랑하고, 가정에 충실한 사람이라는게 많이 느껴졌다. 

 

나도 매번 연애를 할 때마다 '너는 날 사랑하지 않는것 같다' 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매번 미안하고 억울했다. 알렉세이처럼 말이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약점이 잡히는 기분이었다. 

내가 더 사랑하기 때문에 남이 나를 떠나갈 것을 명분으로 협박당할까 두려웠다. 물론 그러지 않았겠지만... 피해의식일까 이것도 내 병이다.

그래서 나에겐 매번 표현할 명분이 필요했다. 

 

알렉세이가 나의 80퍼센트를 차지하긴 하지만, 다른 인물들도 매우 공감이 갔다. 

어떤때에는 안나이고, 내연남인 브론스키이고, 알렉세이이고, 키티이고, 레빈이었다. 

 

읽으면서 확실히 명작이라고 느낀 부분은, 500페이지가 넘어가면서 부터였다. 

매우 느리고 답답한 전개에 그만 읽고싶다는 마음도 들었었다. 하지만 그 뒤로 그 500페이지동안 쌓아왔던 감정이 밀려오고 터지는데, 읽는것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왜인지 눈물이 날 것 같고, 너무 공감되고, 키티와 레빈의 결혼식에서는 내가 너무 기쁘고 복잡한 감정들에 산책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끝에서 안나가 미쳐가며 브론스키를 쫓아 철로로 가다가 충동적으로 자살을 결심한다. 

죽기 아주 직전 후회를 하지만 이미 늦었다. 

누군가는 안나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았을 뿐인데 이렇게 비참하게 죽어야 하는가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나도 그런생각이 들다가 문득 전에 읽었던 <유토피아> 의 구절이 생각났다. 

"그러한 종류의 쾌락 (식, 육, 등) 은 행복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행복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한 쾌락에 물들어버리면 진정한 쾌락을 누릴 수 있는 능력은 모두 잃어버리고 그저 실체없는 쾌락에만 사로잡힐 뿐이기 때문입니다." 
-<유토피아> 토마스 모어- 

 

어떻게 보면 고통을 알아야 기쁨도 있고, 감사할줄도 아는것이라는 건가? 쉽게말하면 시장이 반찬?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안나의 상황과 키티의 상황이 대조가 되면서 더 이 구절이 생각이 났다. 

 

 

톨스토이가 본인을 투영했다던 레빈은 키티가 다른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거의 500페이지 동안 혼자 끙끙댄다. 

하지만 결국에는 둘이 사랑을 확인하고 진정한 기쁨을 찾는다. 

안나는 행복하기위해 사랑을 선택했지만 남은건 비극 뿐이었다. 

 

1800년대에 쓰여진 소설인 <안나 카레니나> 는 거의 200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의 이야기 이기도 하다.

이래서 고전 고전 하는구나를 느꼈고, 톨스토이의 놀라운 통찰력에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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