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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글

나도 모르게 기억하고 있었던 것들.

by 율yul 2022. 1. 7.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헷갈리는 꿈을 꾼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현실보다 더 정확할 꿈들.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던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나오고,

내가 밀어냈던, 그래서 더 아쉬움으로 남았던 친구들이 많이 보인다. 

 

중학교 이후로 연락하지 않았던 친구들과 

마음속으로 거리 두었던 대학 선배 후배들이 

오늘 밤 꿈에서는 다 같이 모여 파티를 했다. 

 

칠흑 같은 밤하늘에 다이아몬드를 뿌려놓은 것 같은 라마다호텔에서 

지하철이라고 불리는 모노레일을 타고 들어갔다. 

 

꿈속이지만 아직도 아른거린다. 

밤하늘과는 다르게 푸른빛이 아니라 밤빛으로 빛나던 호텔의 분위기가 마치 보석 같았다. 

 

모노레일에서 내리면 마치 잠수정 같은 엘리베이터가 기다리고 있다. 

 

독특하게도 지상이 아닌 지하에 마련된 객실들. 

우리는 지하 3층객실을 배정받았다. 

 

어릴 적 그 성격대로 장난꾸러기인 유진이는 비 언니를 번쩍 들어 올리고 내려주지 않는 장난을 친다. 

엘리베이터가 닫히기 직전에 열림 버튼을 눌러 출발하지 못하게 막는 장난을 치자

우리는 야유를 보내면서도 웃기다고 웃어댔다. 

 

잠수정 같은 엘리베이터 안에는 작은 벙커가 있어서 수면과 휴식이 가능하다. 

현수는 피곤하다며 바로 벙커로 들어가 휴식을 취하고, 

혼자 있는 현수가 신경 쓰인 나는 따라가 수다를 떤다. 

 

밖에서 들리는 장난소리를 들으며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도착했다. 

지하 3층에 도착해 직원의 안내를 받아 복도를 따라가다 보니 문이 보인다. 

 

 

호텔방이라기보다는 회의실 같은 문을 열자 스키장 정도 규모의 마을이 보인다. 

마을은 그리스의 산토리니를 모티브로 한 듯 온통 흰 건물들 뿐이다. 

 

지형도 스키장과 비슷해서 우리가 열고 들어간 문이 꼭대기에 위치해서 

경사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평지가 있는 구조이다. 

 

나는 호텔이라는 것도 잊고 그 마을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다른 친구들은 어디로 갔는지 어느새 내 옆에는 성진선 배 한 명뿐이다. 

 

선배와 나는 마치 아는곳을 왔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한다. 

 

"선배, ㅇㅇ이와 연락 해봤어요?" 

"아니, 너는?"

 

"아까 같이 왔는데 지금은 어딨는지 모르겠네요." 

 

현실이었다면 성진선배와 ㅇㅇ이가 한때 연인 사이라는 것을 알았을 텐데, 

꿈속의 나는 눈치 없게도 그런 질문을 했다. 

 

" 나 사실 ㅇㅇ이랑 상견례까지 했었어." 

 

"헉.. 네?! 전혀 몰랐어요 " 

꿈속의 나는 진심으로 안절부절하며 선배의 눈치를 보지만, 

깨어났을 때 생각하면 우습다. 

 

사실 약간 김이 빠지기도 한다.

아, 실제였다면 재미있었을 텐데 하고 말이다. 

 

흥미로운 가짜 사실들을 들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마을 광장이다. 

 

 

산토리니의 밤은 이런 모습일까? 분명 어둑어둑하지만,

하얀 건물들에 달빛이 반사되어 전혀 어둡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우스운 점은 내가 산토리니에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지어 평소에 가고싶은 곳도 아니다. 

 

깨어나서 꿈을 생각하다 보면 내 무의식에 피식피식 웃음이 나온다. 

 

호텔 벽과 분위기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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