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글

폭식하지 않는 법

율yul 2022. 5. 6. 16:48

 

 

 

 폭토를 달고 산지 4년째, 처음 시작했을땐 분명 하루에 한번정도만 폭토를 했었는데, 이제는 모든 끼니를 폭식하고 토한다. 

밖에서는 어쩔수없이 폭토를 하지 않지만, 이제 이 짓거리에 중독되버린 나는 항상 집에 들어가고 싶어서 안절부절이다. 

 

폭식하지 않으려면 첫번째로는 다이어트 강박에서 벗어나야 하고, 두번째로는 온전히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 아침을 온전히 음식을 먹어보았다. 배도 부르고 음식을 더는 먹고싶지가 않았다.

음식을 먹고싶지 않은 이유는, 무언가 보는것을 멈출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먹을때 아무것도 안해야한다니. 그럴 수 없다.

결국 그 다음끼니는 또 무언가 보면서 음식을 먹어댔고, 무아지경의 상태로 빠져버렸다. 

정신차리고 보니 중식세트에 디저트까지 시켜먹고 다 게워냈다. 

 

눈으로는 책을 보고 머리는 받아들이고, 그러면서 입에서는 불꽃놀이가 일어난다. 

단맛, 짠맛, 매운맛, 고소한맛 등 무아지경이 되는거다. 그러면 더이상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언제부터였을까? 가만히 있기가 어려워진 것은. 

공부를 할 때도, 책을 읽을때도 지금 글을 쓸때도 머리가 세 갈래로 나눠져 있는 기분이다. 

이전에 엄마와 싸웠던 일들, 다른사람들의 시선, 나의 감정선, 행동과 전남자친구, 놓친 기회들, 잘나가는 친구들에 대한 질투, 등등등등 그리고 또 한켠에서는 매운맛 짠맛, 단맛, 먹을 것을 다 먹어치운 후에는 나에대한 혐오,,,, 머리를 뽑아서 잘 씻은 후에 다시 넣고싶은 기분이다. 

곱창집 이모님들은 잘 빼주실텐데. 

 

요즘은 아기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회귀물처럼 어린 시절로 돌아가 기회를 다시 잡고싶기 보다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않고 1,2년만 지내고 싶다. 

피둥피둥 포동포동 살이 찐 채로 굴러다니면서 말이다. 내 부모눈치를 보는 다른 사람들은 감히 나를 욕하지 않겠지. 

 

벌써 20대 중반을 넘어섰다. 이제는 내 상태에 책임을 져야할 시기. 

어느순간부턴가 나이에 쫓기면서 자기혐오는 심해지고, 다른 사람에 대한 질투만 커지면서 추잡한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 

 

물때와 토자국이 가득한 화장실로 들어간다. 

가슴보다 더 나와버린 윗배와 한껏부어버린 얼굴, 초점잃은 눈이 보인다. 

저 눈은 분명 많은 걸 보고있는데, 아무것도 보고있지않다. 

몸을 기역자로 굽힌 후 손가락을 목구멍까지 쑤셔 넣는다. 힘이 없어져버린 위장을 손으로 꾹꾹 눌러대며 우웩우웩 토를 한다. 

짜장면, 만두, 과일, 과자, 초콜릿 등등등이 쏟아져 나와 변기를 가득 메운다. 

 

물을 내려도 음식속 기름이 변기벽에 달라붙어 더러워진 변기를 청소한다.  

닳고 닳아버린 이빨도 더 썩지 않도록 어서 칫솔질을 한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게워진 위장은 또 배가고파온다. 

 

다시 시작. 

이제는 무섭다. 또 먹으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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